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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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되기 - 3부일기 2021. 3. 7. 22:18
대학원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단 하루도 완벽히 쉰 날이 없었다. 정말 쉬고 싶었다. 8월을 쉬는 데에 완전히 써보기로 했다. 이때 살이 조금 빠졌었다. 졸업식 사진 찍던 날도 치마가 휙휙 돌아갔다. 잠만 자느라 밥은 한 끼씩만 먹었고, 영화만 보느라 움직임도 없어 배도 별로 안고팠다. 지금 생각하니 식욕이 없었던 것도 스트레스의 한 증상이었다. 여튼, 새로운 걸 좋아하는 성격탓에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인 영화보기에 시간을 투자했다. 인생에서 시간 대비 가장 많은 영화를 본 시기였다. 놀자고 했으면서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취미생활한 내가 참 나답기도 한데, 내 회피적 성향을 생각하면 영화 속에서 스트레스를 외면해보자, 이런 마음 아니었을지. 잘 쉬고 있었다. 아무 문제 없어 보였다. 몇 개월을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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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되기 - 2부일기 2021. 1. 16. 20:30
2019년 하반기를 말아먹은 뒤 찾아온 2020년. 혼돈과 카오스로 가득했다. 1월은 시작의 달. 시작해야 하는 느낌뿐만 아니라 시작하고 싶은 마음까지도 충만했다. 수영을 시작했고 구글 애널리틱스를 공부했다. 인적성 수리에 약해서 수리 문제만 모은 교재를 풀었다. 계속 고개 숙이고 풀고 있자니 뒷목이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독서대를 샀다. 즉 체력, 마인드, 기술, 도구 모두를 갈고닦았다. 상반기를 위해서. 그런 생활이 힘들었나 보다. 2월의 기억은 희미하다. 뭘 했었는지 떠올리려고 사진을 찾아봐도 소득은 없다. 왜냐,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 끼느라 셀카를 적게 찍는 것처럼, 힘들었으니 사진이고 뭐고 별 거 없었던 거다. 누가 준 건지는 몰라도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 해보려 버티고 있었다. 사진첩엔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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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되기 - 1부일기 2020. 12. 29. 01:42
직장인이 되었다. 1년 반만의 일이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모르겠다. 이 모든 게 시작되었던 2019년 하반기부터 되짚어보자. 작년 7월, 우연한 기회로 몽골에 갔다. Bayannuur 지역의 사막화 진행 중인 땅에 나무를 심었다. 몽골 전통 방식의 염소 구이를 먹었는데, 그 친구는 30분 전까지 살아 움직이던 녀석이었다. 몽골은 중심지를 제외하면 데이터는커녕 정전이 일상다반사인 자연의 땅이다. 정전으로 물이 끊겨 온몸에 거품을 묻히고 1시간 불 꺼진 샤워실에 갇혔었다. 빅 이벤트는 게르 난방 시설의 통풍구가 틀어져 조용히 타지에서 숨을 거둘 뻔했었던 사건. 그러나 처음 본 사막과 밤의 은하수는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이었다. 모든 게 용서가 됐다. 그저 몽골을 떠나기 전, 몽골에서의 모든 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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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 시향하기일기 2020. 10. 2. 23:04
글 제목을 파이썬의 '맛을 보다'로 하려다가 아직 맛 볼 정도까지 했다고 말하긴 뭐해서 시향한 걸로 바꿨다. 추석맞이스파르타코딩클럽에서 열린 파이썬 혼자놀기 패키지(무료)를 신청해서 1강을 들었다. 1강 숙제로 짜본 코드는 다음과 같다. import dload from bs4 import BeautifulSoup from selenium import webdriver import time driver = webdriver.Chrome('chromedriver') driver.get("https://search.daum.net/search?nil_suggest=btn&w=img&DA=SBC&q=%ED%8F%AC%EB%A1%9C%EB%A6%AC") time.sleep(5) req = driver.page_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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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하기 싫은 일은 세상에 널렸다일기 2020. 9. 12. 01:07
세상에 힘든 일, 하기 싫은 일은 널렸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인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애초에 하기 싫은 일이 더 많다. 엄연히 자기 생각이 있고 자기 취향이 있는 인간이라면 모든 일을 좋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하기 싫은 일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가 중요해진다. 늘 짜증과 탄식으로 대할 것인지, 그러다 일에 잡아 먹혀 고꾸라지고 말 것인지. 물론 끝내주게 이뤄낼 수도 있지만. 정답은 과거의 경험에 있었다. 얼마 전 밤에 침대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몇 달 전 나는 외우기 싫은 영어 단어를 하루에 100개씩이나 외우며 고통받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즐거움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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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하지마, 어차피 다 틀어져일기 2020. 5. 15. 23:48
유학 5년차에 접어든 그녀와 얘기를 나눴다. 유학 생각을 하면 할수록 도대체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석사를 하는게 앞으로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걸까? 이 전공을 선택해도 되는걸까? (급하게 유학을 결정한 터라 아직 학문적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스스로 알기 어려웠다) 공부가 재미 없어서 1~2년 간의 석사 생활이 지옥같으면 어떡하지? 현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그녀는 말했다. " 니가 100 정도 힘들거라 생각하면 정확히 그거보다 100배 더 힘들어. 계획을 하지마. 어차피 니 맘대로 되는건 하나도 없을거야. " 계획이라는 행위는 도대체 무엇일까? 인간은 늘 앞으로의 위험에 대비하고자 계획하고, 그런 계획하는 자세를 본받아야할 삶의 태도로 여긴다. 2017년 심리상담을 받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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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특별하게 실천은 평범하게일기 2020. 5. 11. 23:49
몇 번의 실패를 겪으며 생각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일까?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린 서정인의 '강'의 한 장면이 요즘 문득 떠오른다. 대학생인 주인공은 여인숙에서 우연히 주인집 아들을 만나 이런 말을 마음속으로 건넨다. ' 너는 아마도 너희 학교의 천재일 테지. 중학교에 가선 수재가 되고, 고등학교에 가선 우등생이 된다. 대학에 가선 보통이다가 차츰 열등생이 되어서 세상으로 나온다. 결국 이 열등생이 되기 위해서 꾸준히 고생해 온 셈이다. (...) ' 문학소녀도 아니었는데 소설 속 한 장면이 마음 깊이 남은 것도, 취준생의 나이가 되어서까지 여전히 곱씹어보게 되는 것도 다 맹렬하게 닥쳐오는 현실의 중압감을 지독하게 맛볼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다만 곱씹는 마음은 다르다. 어릴 때는 스스로에게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