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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하지마, 어차피 다 틀어져일기 2020. 5. 15. 23:48
유학 5년차에 접어든 그녀와 얘기를 나눴다. 유학 생각을 하면 할수록 도대체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석사를 하는게 앞으로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걸까? 이 전공을 선택해도 되는걸까? (급하게 유학을 결정한 터라 아직 학문적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스스로 알기 어려웠다) 공부가 재미 없어서 1~2년 간의 석사 생활이 지옥같으면 어떡하지? 현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그녀는 말했다.
" 니가 100 정도 힘들거라 생각하면 정확히 그거보다 100배 더 힘들어.
계획을 하지마. 어차피 니 맘대로 되는건 하나도 없을거야. "
계획이라는 행위는 도대체 무엇일까? 인간은 늘 앞으로의 위험에 대비하고자 계획하고, 그런 계획하는 자세를 본받아야할 삶의 태도로 여긴다. 2017년 심리상담을 받을 때 했던 심리검사에서 나의 가장 취약한 기능이 계획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Mood씨는 계획에 가장 약해요. 늘 계획하는게 남들보다 더 힘들었을 거에요. 누구나 약한 기능이 있고, Mood씨의 경우엔 그게 계획인거죠. 그렇기에 계획하는 일을 더 노력해야 해요."
사실 계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할 때가 많다. 지금 코로나 사태만 봐도 그렇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줄 알았을까? 산업 전망 분석, 트렌드 리포팅, 다 똑똑하신 분들이 하는건데 결국 하나도 소용없어져 버렸다. 그럼 그분들이 바보인가? 당연히 아니다. 인간이 세상 앞에 너무 취약할 따름이다. 그렇게 태어난 불쌍한 존재들일 뿐이다. 어느 힘든 봄을 겪으면서 생각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그런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건 너무 가혹한 일이에요...'
그래도... 계획해야 한다. 적어도 방향은 잡을 수 있다. 너무나도 나약해서 아무 발걸음도 떼지 못하고 계속 한 자리에 머물러있어야 할 때, 사실 어느 방향을 향해 가슴을 열고 있어야 하는지는 스스로 충분히 결정할 수 있다. 난 계획이 딱 그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충분히 의미있다. 지향점을 향해 서서 길을 눈에 새겨, 눈을 감아도 생생하게 그려낼만큼이 되면 앞으로의 여정에 큰 힘이 된다.
그녀는 또 말했다.
" 포기해도 돼. 가서 3개월 정도 한 뒤에 이게 아니다 싶으면 한국에 돌아올 수도 있지.
사실 포기는 엄청 쉬워. 놓아버리면 되거든.
근데 그렇게 쉽기 때문에 적어도 포기하기 전까진 후회가 안남도록 열심히 해야 해. "
포기엔 두 종류가 있다. 새로운 phase를 맞기 위해 하고 있던 무언가를 중단하는 것과 그저 힘들어서 멈춰버리는 것. 전자는 굉장히 힘들지만 후자는 허탈할 정도로 쉽다. 그녀는 그런 포기를 말한 것 같다.
열심히 해보자... 뭐가 되든 열심히 해보자(Be Anything!). 흘러가는 대로, 하지만 순간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다보면 정말 뭐라도 되어 있겠거니... 그러면 세상도 놀랄 수 있지. '얘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이 안되는 구나. 참 불공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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